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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용권과 영업비밀의 등록

2015.11.19

코카콜라가 개발된 것은 130여년 전인데, 제조법은 철저한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그 제조법이 담긴 문서는 은행금고에 보관되다가 현재는 코카콜라박물관 금고에 보관중입니다. 그 결과 현재까지도 다른 음료업체들은 코가콜라의 제조법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기업간의 경쟁이 심하고, 직원 스카우트가 빈번하며,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기술이 유출, 도용되어 영업비밀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또한 타인이 동일한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특허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사태들에 대비하여 자사가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은 특허를 취득하는 것입니다. 다만 특허로서 보호받기 위해 출원을 하게 되면 해당 기술 내용이 공개됩니다. 또한 특허는 한시적 권리이므로 그 존속기간이 끝나면 누구나 해당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특허를 취득, 유지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때문에 특허 취득으로 인한 이득보다 기술 공개로 인한 손실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기술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면 특허출원을 하지 말고 해당 기술을 영업비밀로서 간직해야 합니다. 특허로 보호 받는 것이 유리한지 아니면 영업비밀로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타인이 독자적으로 동일 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운 경우, 그 기술이 구현된 제품을 타인이 분석하여 해당 기술 내용을 알아내기 어려운 경우, 특허를 취득해도, 특허 침해를 발견하는 것이 곤란하여 특허권이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및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 취득의 가능성이 낮은 경우는, 기술 공개로 인한 손실이 크거나 특허권을 취득해도 그다지 이득이 되지 않으므로 영업비밀로 유지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어떤 기술을 발명한 사람이 해당 기술(선발명)을 영업비밀로 유지하는 전략을 채택한 경우, 후일 타인이 동일한 기술(후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선발명의 실시는 후발명에 부여된 특허를 침해하는 것으로 됩니다.

 

다만 일정한 경우, 선발명의 실시자는 후발명에 부여된 특허에 대해 무상의 통상실시권(이하 “선사용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선사용권 제도는 선발명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도 그 발명을 계속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선사용권을 갖기 위해서는 특허법 제103조 규정에 따라, 특허출원 시에 그 특허출원된 발명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그 발명을 하거나 그 발명을 한 사람으로부터 알게 되어 국내에서 그 발명의 실시사업을 하거나 이를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동 조문은 일본 특허법 79조와 흡사합니다.

 

그런데 후발명에 대한 특허 출원 시에 선발명을 실시하거나 실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입증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해당 영업비밀을 “한국특허정보원”에 등록하는 하는 것이 있는데, 이를 “원본증명제도”라고 합니다. 이는 특허청이 운영하는 일종의 디지털금고 제도로서, 전자문서로 보관중인 영업비밀이 도용•유출 등으로 영업비밀 보유자가 해당 영업비밀 보유에 대한 입증이 필요한 경우, 영업비밀 원본의 보유 여부, 보유자 및 보유 시점에 대한 입증을 지원합니다.

 

영업비밀의 등록은 영업비밀 자체가 아닌 전자 지문을 등록합니다. 전자지문(SHA-256 bit Hash값)이란 영업비밀인 전자 문서로부터 난수들의 배열값을 추출하여 생성한 값으로서 전자 문서의 고유한 전자 값이며, 같은 데이터로부터는 같은 결과가 나오나 정보가 조금만 변경되면 다른 전자 값이 생성되므로 원본의 위조, 변조 여부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영업비밀의 내용 자체를 등록하게 한다면, 영업비밀의 등록 및 보관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을 것이나 전자 지문을 사용하므로 그러한 우려가 없습니다.

 

원본 등록 제도의 장점으로서는 공공기관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안정성이 보장된 서비스라는 점, 전자지문과 공인인증기관의 시간 정보를 이용하여 영업비밀의 원본 및 위조, 변조를 완벽히 증명한다는 점, 원본 제출 없이 전자 지문만을 이용함으로써 서비스 이용 중 발생될 수 있는 비밀정보의 유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한다는 점, 다양한 형태의 전자 파일(워드, 이미지, 동영상 등)을 지원한다는 점 (다만 원본을 압축시킨 형태로 등록할 경우, 압축된 내부 파일에 대한 증명 여부에 대해 법적 해석이 다를 수 있으므로, 원본 등록시 유의할 것), 및 인터넷만 연결되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이용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주목할 점은, 2015. 7. 29.부터 시행되는 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제9조의2는, 다음과 같이, 원본 증명 등록의 추정효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① 영업비밀 보유자는 영업비밀이 포함된 전자문서의 원본 여부를 증명받기 위하여 제9조의3에 따른 영업비밀 원본증명기관에 그 전자문서로부터 추출된 고유의 식별값[이하 "전자지문”이라 한다]을 등록할 수 있다.

②  제9조의3에 따른 영업비밀 원본증명기관은 제1항에 따라 등록된 전자지문과 영업비밀 보유자가 보관하고 있는 전자문서로부터 추출된 전자지문이 같은 경우에는 그 전자문서가 전자지문으로 등록된 원본임을 증명하는 증명서(이하 "원본증명서"라 한다)를 발급할 수 있다.

③ 제2항에 따라 원본증명서를 발급받은 자는 제1항에 따른 전자지문의 등록 당시에 해당 전자문서의 기재 내용대로 정보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위와 같은 추정효가 있기 때문에, 영업비밀 등록자가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추정되고, 타인이 이를 다투는 경우는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 타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2015년 11월 현재 등록된 영업비밀은 대략 9만건입니다. 영업비밀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한국공인인증서가 필요합니다. 외국인의 경우, 한국 대리인을 통해 영업비밀 등록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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