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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기반경제 시대의 특허 전략
2015.11.05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자산기반경제에서 지식기반경제로 전환되어 감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는 2011년에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회는 2014년 9월에 특허허브국가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우리나라를 세계 특허분쟁 해결의 중심지로 만들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2015년 6월에는 대법원이 '지식재산권(IP) 허브 코트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금융권에서는 2013년 9월부터 특허담보대출을 시작하였다.
지식재산 정책은 지식재산의 창출, 보호, 활용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정부의 최근 조치들은 보호와 활용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특허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양적 확대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14년 각국의 국내특허출원 건수에서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에 뒤이어 세계 4위였다. 또한 근래의 연구개발 (R&D) 투자 대비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1위이다.
문제는 품질이다. 특허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우수특허 비율이 있다. 이것은 특허품질 지표를 활용하여 분석할 때, 국내 전체 등록특허의 상위 10% 이내에 해당하는 특허를 의미한다. 2013년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의 R&D 특허들 중에서 우수특허의 비율은 각각 14.0%, 15.5%였다. 외국인의 우수특허 비율(42.5%)의 1/3 정도이다. 또한 2014년 산업재산권 분야의 무역수지는 약 48.7억달러 적자였다. 우리나라는 질 낮은 특허를 양산하는 부실한 특허 강국인 셈이다.
특허 취득의 본래 목적은 특허권의 행사와 활용에 있다. 그러나 종래부터 우리나라는 특허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보호가 미흡하면 출원인은 굳이 양질의 특허를 취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다만 개인이나 기업의 평가에 특허 건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또는 대외적 홍보 효과를 위하여 출원 건수를 늘리려 할 뿐이다.
정부의 조치들로 인하여 특허 보호가 강화되면 특허권을 행사할 사람이 유리하다. 특허권 행사를 위해서는 내실 있는 특허를 확보해야 한다. 내실 있는 특허는 잘 작성된 명세서에 기초한다. 명세서는 발명 내용을 설명하는 기술 문헌이면서 특허권의 범위를 정하는 권리 문서이다.
물론 특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발명 내용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발명 내용이 훌륭하더라도 특허명세서가 부실하면 특허는 무용지물일 수 있다. 반면, 대단한 발명이 아니더라도 명세서 내용이 좋으면 강력한 특허가 태어날 수도 있다. 특히, 발명이 가치 있는 것일수록 명세서를 충실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 특허출원 내용은 대중에게 공개된다. 명세서가 부실한 경우, 특허 출원을 통해 발명의 핵심은 공개되면서도 특허권자는 그 발명을 모방하는 경쟁업자에 대해 특허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경쟁업자는 특허발명의 핵심적 기술사상을 이용하면서 특허 침해를 회피하는 우회로를 개발하려고 한다. 명세서는 그러한 상황에도 대비하는 전략적인 것이어야 한다.
때문에 특허명세서에 대한 전문가인 변리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발명을 원석이라고 하면 변리사는 원석을 가공하여 보석으로 만든다. 변리사는 불충분한 발명 내용을 보완함으로써 공동발명자에 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단순히 일반 법률을 잘 안다고 하여 변리사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특허명세서를 작성하려면 기술과 특허실무를 함께 알아야 한다.
전문가에게 특허명세서 작성을 의뢰하여 명세서의 질을 높이는 데는 비용이 들어간다. 미국의 경우, 특허명세서를 작성하여 특허출원을 하는 데 드는 대리인 비용은 통상 800~2,000만원 정도이다. 대개 비용은 대리인의 시간당 가격에 대리인이 출원하는 데 소요한 시간을 곱하여 산출한다. 즉, 대리인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상당한 시간을 들여 질 좋은 명세서를 작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특허출원 비용은 미국의 1/10 정도로서 매우 낮다. 때문에 변리사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전략적이고 내실 있는 명세서를 작성하기 어렵다. 한국 명세서가 미국 명세서에 비해 충실도가 떨어진다고 해도 변리사를 탓하기가 어려운 가격이다. 또한 한국의 비용 체계는 통상적으로 착수금, 성공사례금 구조이다. 이는 특허의 내용보다 특허 취득 자체에 중점을 두게 할 위험이 있다. 명세서가 빈약하더라도 특허청구범위가 협소하면 특허가 부여될 수도 있다. 청구범위가 좁을수록 특허받는 데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구범위가 좁은 특허는 활용 가치가 낮고, 발명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특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출원인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특허출원 비용이 낮은지를 기준으로 대리인을 선정하던 관행이 있었다면 고쳐야 한다. 지식기반경제 시대의 바람직한 특허 전략은 특허의 양적 확대에 그치지 않고 질 좋은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오규환 변리사 특허법인 가산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160783